[서울경제 2021.08.13 보도] 유엔 가입 30주년과 세계신안보포럼

지난해 초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발생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대다수 사람은 이를 지역 풍토병 정도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지구촌 곳곳에 수많은 희생자와 큰 손실을 낳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규정되기에 이르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해 4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인류의 안전과 국제 평화를 해칠 수 있는 위험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신종 전염병 외에도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다양한 위험들이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다.

흔히 안보라고 하면 적국의 군사적 위협을 떠올린다. 그러나 탈냉전 이후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은 줄어든 반면 기상이변, 전염병, 사이버 공격, 신기술을 악용한 테러 등 비군사적 위협은 늘어나고 있다. 새로 등장한 안보 위협은 국가 행위자를 위주로 거론하던 ‘전통 안보’와는 성격이 다른 ‘신안보’ 또는 ‘신흥 안보’라고 할 수 있다. 신안보 위험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다면 전대미문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국적 협력과 글로벌 차원의 대응책이 필요하다.

유엔은 국제사회의 긴밀한 협력과 대응을 끌어낼 열쇠를 쥐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957년 유엔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증진과 핵물질의 국제적 통제를 위해 총회를 거쳐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설립했다. 이후 유엔 18개국 군축위원회를 기반으로 결실을 본 핵비확산조약(NPT)은 국제 핵비확산 체제의 근간이 됐다.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지구촌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할 유엔의 사명을 되새긴다면 오늘날 인류를 엄습한 신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에도 유엔이 앞장서야 한다.

올해는 한국이 유엔에 가입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유엔에서 한국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배출,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2회 진출 등과 같은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유엔 무대의 외교적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한반도 전통 안보의 현안 외에 글로벌 신안보의 쟁점으로 시야도 확대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5월 외교부는 ‘유엔 보건 안보 우호국 그룹’을 출범시켜 유엔 내에서 코로나19 및 보건 안보 거버넌스를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나아가 세계 10위권의 경제적 위상에 걸맞게 유엔 차원의 다양한 협력과 국제사회 기여 과정에도 동참해야 할 것이다.

외교부가 오는 11월 각국 정부, 유엔 등 국제기구 관계자, 민간 전문가 등을 초청해 ‘세계신안보포럼’을 개최한다고 한다. 이번 포럼은 보건·사이버·신기술 분야에서 제기되는 신안보 위협의 현실을 짚어보고 향후 국제 협력의 실천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다. 이를 디딤돌로 삼아 한국의 신안보 정책과 비전을 공유하고 앞으로 이 분야에서 한국이 국제 협력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해본다.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실감한 교훈의 하나는 새로운 안보 위협은 개별 국가의 힘만으로는 궁극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나에 대한 위협이 곧 우리에 대한 위협’이라는 인식과 함께, 이해관계를 막론한 모든 행위자의 포용적이고 개방적이며 투명한 협력만이 신안보 위협에 대한 해법임을 시사한다.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에 가입하면서 ‘국제사회의 정의와 평화 실현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오늘날, 성장한 우리의 위상에 걸맞은 기여 방안을 고민해 보게 된다.

외교부가 오는 11월 개최하는 제1차 세계신안보포럼은 그 고민에서 탄생했다. 포럼 참가국들은 보건·사이버·신기술 분야의 신안보 위협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미국, 중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 등의 각국 정부, 기업, 학계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여 다양한 견해를 제시할 기회이다. 새로이 개최되는 세계신안보포럼이 연대와 협력의 국제질서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구현하는 열린 논의의 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