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1.10.21 보도] 신안보 위협, 해법은 국제협력에 있다.

올해 초 에스토니아가 우리나라에 상주 공관을 개설했다. 에스토니아는 우리나라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화된 나라이다. 전자투표를 통한 지방선거를 세계 최초로 시행한 국가이자, 전 세계가 애용하는 통신서비스 ‘스카이프’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2007년 에스토니아의 정부·은행·학교 등이 대대적인 디도스(DDoS) 공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3주간 공공서비스, 국내외 금융거래와 통신이 마비되어 수백억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이를 무력 공격에 못지않은 안보 위협으로 판단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조사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사이버 공격이 국가안보에 위협을 가한 첫 사례로 보고, 세계 최초의 ‘사이버 전쟁’이라고 평가했다. 피해를 입은 국가는 있으나 공격한 국가는 규명되지 않은 새로운 유형의 전쟁이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우리는 2014년 1급 국가보안시설인 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사건을 통해 익명의 해커들이 설계한 프로그램 하나로 국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하였다. 이외에도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위협은 계속 다양해지고 있다. 코로나19 등 새로운 전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 인간의 통제를 넘어선 인공지능의 발전은 최근 국제사회의 큰 화두이자 새로운 안보위협의 또 다른 사례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안보 환경은 우리의 인식과 대응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실감한 교훈의 하나는 새로운 안보 위협은 개별 국가의 힘만으로는 궁극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나에 대한 위협이 곧 우리에 대한 위협’이라는 인식과 함께, 이해관계를 막론한 모든 행위자의 포용적이고 개방적이며 투명한 협력만이 신안보 위협에 대한 해법임을 시사한다.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에 가입하면서 ‘국제사회의 정의와 평화 실현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오늘날, 성장한 우리의 위상에 걸맞은 기여 방안을 고민해 보게 된다.

외교부가 오는 11월 개최하는 제1차 세계신안보포럼은 그 고민에서 탄생했다. 포럼 참가국들은 보건·사이버·신기술 분야의 신안보 위협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미국, 중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 등의 각국 정부, 기업, 학계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여 다양한 견해를 제시할 기회이다. 새로이 개최되는 세계신안보포럼이 연대와 협력의 국제질서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구현하는 열린 논의의 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